“...내가 공대를 또 들어가면 개다 개.”
수상하다. 그를 처음 보자마자 이런 생각이 들 것이다. 모자, 선글라스, 마스크로 중무장한 얼굴. (게임 속이라 상관없긴 하지만 그래도 여름인데) 보는 사람이 갑갑해지는 긴 팔, 긴 바지까지.
게다가 반듯한 자세는 원래의 키보다 더 커 보이는 효과를 주어, 사람들로 하여금 위압감을 느끼게 했다.
그 점만 제외한다면 제법 평범한 현대식 복장이다. 그만 놓고 본다면, 게임 속이 아니라 현실에서 만난 사람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였지. 그중 눈에 띄는 건 ‘개 조심’이라고 적힌 옷과 모자에 찍혀있는 길드 마크 정도일까.
|INFO
재단사
DPS
|고구려대경영학과
이서준|Lee Seojun
182cm|79kg
AGE 24
대한민국
|ABILITY
|연금술사
전투를 유리하게 만드는 시약을 제조하거나, 실린더에 속성 결정을 넣고 발사하여 공격한다.
🝩 시약 제조
아군에게 버프를 주는 각종 비약부터 적을 무력화하는 독극물까지. 퀸테센스(Quintessence)를 활용하여 제조된 약품은 기묘한 효과를 품고 있다. 플라스크 속 액체의 색에 따라 그 효능이 다르며, 타깃을 포착하여 시약병을 투척하는 식으로 발동한다.
🝩 결정 실린더
허리에 차고 있는 실린더에 속성 결정을 장착하여 쏘아내며, 결정의 성질에 따라 효과가 바뀐다. 투사체가 적에게 닿으면 급격한 산화 반응을 통해 연소를 일으키는 ‘촉매탄’이 기본 공격이다.
|PERSONALITY
|#얄미운 #뻔뻔한 #능력주의 #사회성 부족
“뭐 그래, 너도 모자라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닐 테니.”
아는 사람들은 아는 공포의 주둥아리. 몇몇 사람들에게 알려진 경영의 별칭이다. 그는 기본적인 말투가 시비조였다. 속을 잔뜩 긁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뱉으면서, 상대방이 이에 대해 화를 내면 이해를 못 했다. 사실이잖아? 뭘 사과하라는 거야. 팀플레이 컨텐츠에서 트롤을 해서 네가 내게 피해를 끼쳤는데, 이 정도 말은 들을만하지 않아? 꼬우면 잘하던가. 그런 마인드가 기저에 깔린 듯 당당한 태도였다.
성인 게임에 무슨 이런 사회 부적응자 같은 플레이어가 다 있냐며 울분을 토하는 유저도 있었다. 그들(주로 게임 커뮤니티 게시판을 자주 이용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익명에 기대어 막말을 하는 거 아니냐는 반응과 원래 성격이 개차반이라는 설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중이다. 하지만 어찌하리. 그는 말투가 괘씸할 뿐 욕을 한다거나, 고의 트롤을 하는 건 아니었으므로 신고를 하기엔 애매했다. (아마 자신을 신고한다는 소리를 들었다면 자기도 고의 트롤로 신고할 거라고 맞받아쳤을 것이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그는 법이 있다면 딱 그 법까지만 지킬 인간이었다.
|#신비주의 #까칠한 #개인주의
“무슨 호구 조사 나오셨어요? 게임이나 하지..”
외형 커스터마이징이 불가능하고 프로필란에 실명이 기재되는 위그드라실에서 ‘익명에 기대어’라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는 겉모습에서 예상할 수 있듯 비밀이 많은 사람이었다. 공개된 정보들을 토대로 신상을 파악해 보려고 해도, 모두 특정인을 지목하기엔 애매한 정보 값이었지.
외모? 외관상 남자로 보인다. 그 외는 꽁꽁 싸매고 있어서 알아보기 힘들다. 5월쯤에 염색을 했는지, 모자 사이로 보이는 머리카락이 보라색에서 지금의 머리색으로 한번 바뀌었다.
이름? 너무 흔했다. 과장하지 않고 서준이라는 이름의 또래 아이들이 만 명은 될 것이다. 심지어 성씨조차 한국 인구의 거의 절반이 사용한다는 김이박이었다.
목소리? 조금 높은 톤의 미성이긴 했으나, 녹음하여 직접 비교하지 않는 이상 기억에 의존해 구분해야 하다 보니 정확도가 떨어졌다.
그러면 본인에게 직접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데, 자신의 신상을 털려고 접근하는 사람에게 그가 호락호락하게 말해주겠는가? 욕이라도 먹지 않으면 다행이지. 그는 학교, 직장, 나이, 거주지 같은 개인사와 관련된 주제가 나오면 입이 험해졌다. 화가 났는지 목소리 톤이 조금 낮아지기도 했다.
별다른 소득 없이 돌아간 사람들에게 남은 것은, 대학교를 붙인 닉네임과 살짝 비치는 외형 때문에 나온, 나이대가 20대이지 않을까 하는 추측뿐이었다.
자업자득이긴 해도 주변에 저런 사람이 많다 보니, 그는 던전 같은 경우 소수의 지인들과 하는 파티를 선호했다. 서로 시간이 맞지 않는 경우에는 혼자 할 수 있는 컨텐츠를 하거나, 랜덤 매칭을 이용했다. 길드는 적당한 지인 길드에 가입한 상태이다.
| #느긋한 #기분파 #눈치 없는
“누가 쫓아오기라도 하나? 천천히 해요.”
경영은 의외로 레이드 퍼스트 클리어라거나, pvp 랭킹 같은 걸 신경 쓰지 않았다. 조금만 더하면 랭킹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꺼야 할 시간이 되면 껐고, 공대보단 적당히 제가 원할 때, 원하는 진도를 골라갈 수 있는 공팟을 선호했다. (스토리를 제외한) 컨텐츠는 일단 해보자는 주의였지만, 업데이트 당일에 쫓기듯 해치우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그냥, 시간이 날 때마다 하나씩, 차근차근. 그런 행동에서 묘한 여유가 느껴졌다.
이런 모습이 게임에 목숨 거는 사람들이랑은 거리가 멀었다. 그런데 왜 그렇게 화를 내냐고? 그냥, 게임을 하는데 저쪽이 방해를 하지 않는가...
그는 순간적인 감정에 충실한 사람이었다. 타인의 입장이나 감정을 고려치 않고 제 할 말을 뱉는 게 눈치 없어 보이기도 했다. 아니, 어쩌면 눈치를 보지 않는다는 게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기분이 좋으면 웃었고, 아니라면 화냈다. 그 간극이 어찌나 큰지, 기분 좋을 때의 그를 마주한 사람은 나름 호감형이라고 생각할 정도였지.
그러니까 트롤을 한다거나, 개인 신상을 묻는 등의 행위로 먼저 건드리지만 않는다면 생각보다 같이 지낼만하다는 것이다. 본모습을 보더라도, 어차피 게임인데, 딱히 나한테 하는 말도 아니고, 게임은 잘하니까와 같은 이유로 그에게 별생각 없는 사람들도 있었다.
|ETC
✧ 유저 커뮤니티
자유 게시판
[잡담] ㄱㅇ 성격 드러운 거 어따 쓰나 했는데
새우등
공대장이랑 싸우는데 쓰네
공대 반정도가 지인인지 정치질 오지게 하는데 박박 긁어주니까 솔직히 속 시원;
실수한 힐러는 오히려 죄송하다고 사과하는데 왤케 편들어줘;;
[댓글 2개]
? CHAMP 팝콘잼
? 코코아 근데 ㄱㅇ 공대도 가냐? 공팟만 가는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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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룡 니드호그 바로 직전 레이드 업뎃 초기에 올라온 커뮤니티 게시글이다. 게시글에서 언급되었던 공대는 며칠 후 공대 내 지인플로 공론화되는데, 글 내용을 요약하자면 ‘공대장 지인인 파티 힐러 중 한 명이 지속적으로 실수를 하는데 지인이라고 편들어 준다’였다.
‘공대장이 좀 이상하긴 한데 사사로운 듯’ ‘공대장 검제임?? 쟤 나름 네임드 아니냐 왜 저러고 삼’ ‘ㅅㅂ 이제 공대도 인맥빨이냐?’ ‘3줄 요약 좀’ ’빨리 탈주ㄱㄱ’ ‘ㄱㅇ도 있네ㅋㅋ 끼리끼리’ 게시글을 업로드한 초반에 올라왔던 댓글들이다. 공대장이 이상하긴 하지만 공대 내 정치질은 나름 흔한 주제다 보니 큰 반응을 얻진 못했다. 공론화 내용과는 무관하게 경영을 끌고 오는 댓글도 있었다.
이후 해당 힐러의 증언으로 공대장이랑은 아무 사이 아니며, 자꾸 부담스럽게 연락처를 물어봐 공대를 나가기 위해 대타를 구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기름이 부어졌고, 거기에 공대장이 기혼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불이 붙었다. ‘관심 있는 사람한테 환심사려고 정치질한 공대장’으로 마무리될 뻔한 사건에 기혼이라는 사실이 더해져 ‘게임에서 불륜하려다 걸린 공대장’이 된 것이다.
해당 사건으로 커뮤니티가 한동안 시끌시끌했고 캡처본도 SNS로 퍼져 꽤 많은 사람들이 이 사건을 알게 되었다. 뒤에 알려진 내용이 워낙 충격적이라 경영이 해당 공대에 있었다는 사실을 까먹은 사람이 대다수다. 얼마 후 공대장은 사과문과 함께 위그드라실을 접겠다는 게시글을 올리고 자취를 감추었다. 당연히 공대도 폭파되었다. 그런데…
자유 게시판
[잡담] 불륜좌 복귀한거 같은데?
우드득2
아까 대도시에서 봄ㅇㅇ
[댓글 36개]
? CHAMP 캬 마약같은 겜 연어가 끊이질 않네
? Ryan 불륜좌가 ㄴㄱ?
└ ? 마티나 뉴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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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으레 그렇듯 시간이 지나면 사그라들기 마련이다. 처음엔 불탔던 사람들도 검제(불륜좌, 공대장)가 접는다는 글이 올라오고, 이어 새로운 사건이 터지면서 점차 관심을 잃었다. 검제의 복귀 소식은 게임 내에서 그를 직접 봤거나, 게시판에서 관련 글을 본 사람들 사이에서만 알음알음 돌기 시작했다.
“경영님 검제 복귀했다는데 들었어요?”
“저한테 검제놈 이야기 꺼내지 마세요.”
그중 경영에게 해당 주제로 말을 거는 사람도 있었는데, 그는 꽤 싸늘한 태도로 일관했다. 그가 해당 공대에 속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은 저놈은 갑자기 또 왜 저러냐며 불만을 표하기도 했고, 불륜하려던 놈 싫어할 만한 정신머리는 박혀있구나 하고 감탄하기도 했다.
✧ WOL (World Of Legend)
WOL은 올해 1월 확률 가챠 이슈가 터지기 전까지 3D 게임 순위 1,2위를 다투던 장수 게임이다. 위그드라실이 런칭하면서 한번, 확률 조작 때문에 한번 크게 휘청여, 현재는 그 인기가 조금 사그라들었지만 여전히 유명한 편이다.
“안녕! 난 연금술사 메이라고 해. 우리 포토루족은 만물의 성질에 박식하고, 자연의 기운을 읽을 수 있지! 우리의 위대한 신, 퀸테센스의 가호를 통해 만든 ‘엘릭서’가 우리 마을의 자랑이야. 하지만 이것이 바깥세상에 알려지게 되며 전쟁이 …(중략)… 레튬 광산의 광물에 신묘한 힘이 깃들어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야! 그 후 우리는 광석을 가공하여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묘약을 제조하거나 광물 마법을 사용하는 존재를 통틀어 연금술사라 칭하기 시작했어.”
위는 AOS 게임 WOL의 플레이어블 캐릭터 중 하나인 연금술사 메이의 소개 스크립트다. 뭔가 익숙하지 않은가? 당신이 만약 WOL를 해봤거나, 잘 아는 사람이라면 경영의 스킬 커스터마이징을 보고 기시감을 느꼈을 것이다.
본인은 이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내놓지 않았지만, 설정과 스킬 모션이 거의 비슷하므로 메이의 스킬을 베낀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의 목격담이 올라오기 시작한 게 약 6개월 전인 걸로 미루어 보아, 아마 WOL 확률 조작 사건이 터진 후 위그드라실을 시작한 거 아닐까?
✧ 계송파탁
그가 지인이라고 칭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유저 중 한 명. 그가 가입한 ‘단바’길드의 길드장이기도 하다. 경영을 ‘구려’라는 호칭으로 부르며, 나이는 25세. 남성. 탱커 유저. 위아래로 10살 정도까지는 말을 까고 다니고, 특유의 친화력으로 인맥이 넓다. 닉네임의 뜻을 물어보면 계란송송 파탁탁이라고 답한다.
PVP 랭킹이 꽤나 높은 편이며, PVP가 개방되는 날에는 경영과 같은 파티로 참가한다. 경영의 최초의 인성질이 게시판에 올라오고 약 3주 뒤부터 같이 다니기 시작했다. 너무 빠른 시간에 친해져, 세간에선 둘이 현실 지인이 아니냐는 소문도 잠시 돌았다.
“구려~ 너 또 공대에 들어가면 개라고 하지 않았어?” 본인이 꼬셔서 들어간 공대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사건으로 경영을 놀리는데 망설임이 없다. 퍼클 공대에 지원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입만 열면 해당 주제를 언급해, 계송파탁의 지인이라면 공팟만 고집하던 그가 공대에 들어간 이유라거나, 공론화된 공대에 계송파탁과 함께 경영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알 가능성이 높다.
✧ etc
호칭은 보통 닉네임(+씨)을 사용한다. 상대방의 닉네임이 길 경우, 적당히 줄여서 부른다. 존댓말과 반말을 섞어서 말하는데, 높임말을 쓸때도 예의 바르다는 인상을 주진 않는다. 컨텐츠가 업데이트되면 한 번씩은 다 해보는 편으로, 생산 직군도 재미없다고 염불을 외웠으면서 어느새 만렙까지 키워놨다.
스토리는 전부 스킵. npc한테 말을 걸어야 퀘스트 진행을 할 수 있으니, 주요 npc 캐릭터의 이름 정도는 알지만 그들이 스토리에서 무슨 역할을 하고 어떤 과거가 있는지는 모른다.
경영의 인성질은 생각보다는 많이 유명하지 않았다. 동시 접속자 수 2천만 명의 위그드라실에 이상한 사람이 얼마나 많겠는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아슬아슬하게 선을 지켜 신고 게시판에는 등판하지 않다 보니, 직접 말을 들은 당사자나 그런 상황을 옆에서 지켜본 파티원, 혹은 그 지인. 유저 커뮤니티 자유 게시판을 자주 이용하는, 흔히 말하는 ‘게시판 지박령’들 사이에서나 조금 유명했다.
기본적인 센스가 있어, DPS 세부 직군을 두루두루 잘하는 편이지만 본인은 서포터형 딜러인 발두르를 제일 재미있어한다. 하루 종일 게임을 하는 유저는 아니라 PVP 랭킹이 최상위권은 아니지만, 승률은 좋은 편.
상금을 지급한다는 이벤트 때문에 평소보다 퍼클에 도전하는 유저가 많아져, 그가 공대를 구한다는 소식은 별로 회자 되지 못했다. 돈 때문일 테지 뭐.